인텔(Intel, INTC)은 반도체 업체를 선도하는 기업들 중 하나입니다. 비록 회계년도 기준으로 2017년에 삼성에 매출 기준 반도체 업계 1위를 내주었지만 최근 다시 1위를 탈환하였고, 비메모리 반도체 기준으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데이터센터 서버나 업무용 PC 등의 기기들도 대다수가 인텔의 CPU 를 사용하고 있으며,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상징하는 기업입니다.
인텔의 매출은 2017년 결산 기준 미화 $62 billion 을 넘어섰으며 2018년에는 미화 $71.5 billion 의 매출액을 보고하였습니다. 인텔은 연구개발에 상당히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요, 2018년 결산 기준 매출의 20% 가량 ($13.5 billion) 을 R&D 로 지출하였습니다.
지난 번 퀄컴 분석 포스팅에서 팹리스(Fabless) 반도체 업체에 대해서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만, 인텔은 이러한 팹리스 업체가 아니라 직접 공장을 운영하는 대형 반도체사입니다.
사업
인텔의 사업은 크게 5개의 부문으로 조직되어 있습니다.
- CCG(Client Computing Group)
- DCG(Data Center Group)
- IOTG(Internet of Things Group)
- NSG(Non-volatile memory Solutions Group)
- PSG(Programmable Solutions Group)
CCG는 인텔의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문입니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무어의 법칙(Moore’s Law)으로 상징되는 인텔의 핵심 사업인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제품군이 이 사업의 핵심입니다.
DCG는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서버 제품군에 사용되는 인텔의 제품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대표적으로는 서버용 마이크로프로세서인 제온(Xeon) 제품군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증가세로 데이터센터 제품군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15년 이후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IOTG는 이름 그대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과 관련된 사업을 관리하기 위한 사업부입니다.
인텔의 강점
x86 아키텍처(Architecture)에 대한 지배력
인텔의 최대 강점은 x86 아키텍처를 소유하고 제작하며 기술을 선도하는 회사라는 점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x86 아키텍처가 무엇인지 먼저 이해해야 할 것 같아서, 간단하게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 즉, 제가 이해한 – 용어로 설명을 하겠습니다.
아키텍처(Architecture)란?
마이크로프로세서, 즉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CPU 는 기본적으로 계산을 하기 위한 기기입니다. 다양한 방식의 계산을 CPU 에 명령하면 CPU 는 이 명령어에 따라서 연속적인 계산 작업(연산, Processing)을 하게 될 것입니다. 컴퓨터 개발 초기에는 명령어가 몇 개 없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명령어만 하드웨어로 구현되어 CPU 에 내장되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자주 쓰는 복잡한 명령어를 CPU 가 바로 처리할 수 있도록 집적 회로 내에 연산 작업을 하드웨어로 계속 추가하게 되고, 이를 통해 복잡한 명령을 더욱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CPU 가 연산을 처리하는 다양한 명령어들을 모아 놓은 것은 Instruction Set 이라고 하고, 이 명령어들을 구현해놓은 방식을 아키텍처(Architecture) 또는 Instruction Set Architecture(ISA)라 합니다.
명령어가 복잡해지면서 CPU 의 하드웨어적 구조도 복잡해지는데 이러한 방식의 CPU 들을 CISC(Complex Instruction Set Computer)라 합니다. 그런데 하드웨어의 복잡성으로 인하여 CPU 는 더욱 구조가 복잡해지고 이에 따라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하게 되어 더 단순한 구조로 CPU 를 만들고, 복잡한 부분은 소프트웨어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CPU 들을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라고 합니다. 그리고 대표적인 CISC 방식의 CPU가 바로 인텔 x86 아키텍처입니다. 지난 번 퀄컴 포스팅에서 설명드린 ARM 아키텍처는 이와 반대로 RISC 방식입니다.

인텔의 x86 아키텍처
인텔의 x86 아키텍처는 1978년 8086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하는 ISA를 채용한 모든 제품군을 아우릅니다. 80년대부터 90년대에 컴퓨터를 다루셨던 분들은 아마 286, 386, 486 등으로 시작되는 인텔의 CPU 제품군들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 모든 CPU 들이 x86 아키텍처를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데스크탑 및 랩탑 제품에는 x86 (정확하게는 x86의 64비트 버전은 x86-64) 아키텍처가 이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PC (데스크탑 및 노트북 포함) 시장의 부침은 x86 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인텔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PC 시장은 대부분 인텔에 의해서 좌우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현재 x86 방식의 CPU 를 시장에 유의미하게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회사는 인텔을 제외하면 AMD 1개 회사 뿐입니다. 인텔은 8086 칩셋 출시 이래 항상 x86 기술을 주도해 왔고 지금도 x86 시장에서는 80~90% 정도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시장지배력은 인텔의 큰 강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서버 시장과 데이터센터에서의 수요 증가
위에서 언급한 x86 기술은 다수 서버를 작동하는 CPU 에 사용됩니다. 즉 많은 서버들은 인텔의 CPU 를 사용합니다. 물론 인텔의 경쟁사인 AMD나 전혀 다른 방식인 ARM 등의 프로세서로도 서버를 만들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서버는 개인용 기기와는 다르게 신뢰성이 가장 큰 선택 기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버에는 x86 아키텍처를 사용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CPU 가 아닌 서버용 CPU 가 사용되며, 이러한 서버용 CPU 에 대한 업력은 인텔을 따라올 경쟁사가 없습니다. 검증된 CPU 를 사용해야 하는 특성상 서버 시장에서도 인텔은 큰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버는 인터넷 서비스 수와 함께 증가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센터가 새로 건설되면 수많은 인텔의 CPU 를 탑재한 서버가 도입됩니다. 이러한 데이터센터들은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의 증가와 함께 증가세에 있어 인텔의 실적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의 경쟁 및 리스크
지연되고 있는 기술개발
현재 시장에서 인텔이 직면한 가장 큰 리스크는 미세공정의 진척이 예상보다 더디다는 것입니다. 삼성이나 하이닉스 등 비메모리 업체들은 이미 10nm(나노미터)의 벽을 깨고 미세공정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인텔은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10nm 공정을 안정화하지 못하고 있고 2019년 현재 주력 CPU 들은 14nm 공정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물론 인텔의 공정은 타 업체보다 동일 미세화 수준에서는 성능이 좋다고 알려져 있으나, 절대적인 미세공정의 차이가 너무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하이닉스 블로그 – 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 어디까지 왔을까?
이러한 기술개발 차이가 더욱 크게 체감되는 까닭은 인텔은 ‘무어의 법칙(Moore’s Law)’으로 유명하듯이 항상 반도체 공정 부문을 선도해 왔기 때문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인텔이 미세공정에서 선두를 되찾지 않을 경우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삼성이나 하이닉스가 주력 상품이 메모리 반도체이므로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해도, 당장 인텔의 경쟁사인 AMD 는 지난 2019년 7월에 Zen 2 아키텍처 기반의 Ryzen CPU 들을 출시했는데 TSMC 의 7nm 공정에서 생산되었으니 그 차이가 매우 심각합니다.
모바일 기기의 보급 증가와 애플(Apple)
인텔 고객 중 가장 영향력 있는 고객은 애플입니다. 규모로 보면 HP, Dell, Lenovo 등이 더 중요한 고객이지만 애플의 PC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애플은 모바일 기기에는 인텔 CPU 를 사용하지 않지만 자사의 맥북과 아이맥 등 맥 라인업에는 모두 인텔 CPU 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기간 내에 애플이 맥에서 인텔의 CPU 를 타사 제품으로 변경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만, 애플은 이미 과거에 PowerPC 에서 x86 으로 CPU 아키텍처를 변경해버린 전력이 있기에 인텔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애플은 다수의 iPad와 iPhone 용 AP 를 제작하면서 ARM 아키텍처에 대해서는 업계를 선도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그리고 만약 이런 시도가 현실화된다면, 다른 PC 메이커들에게 미칠 영향력은 매우 클 것입니다.
모바일 중심으로 컴퓨터 시장이 개편되는 것도 인텔에게 있어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시장 구조가 바뀌면서 PC 사용자들의 교체 사이클이 길어지고 있고 개인들은 PC 보다는 모바일 기기로 업무를 해결하는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인텔은 다른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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